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지난 23일 '봉수당진찬도'등 4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하였다.
'봉수당진찬도'는 1795년 정조가 부친 사도세자의 묘소인 현륭원을 참배하기 위해 행차했을 때의 주요 행사를 그린 8폭 병풍 ≪화성능행도병≫ 중 1폭으로,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이자 가장 중요한 행사였던 진찬례를 그린 것이다. 능행도 병풍은 조선 시대 궁중행사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서, 양식적 특징은 물론 제도적인 면에서도 후대에 미친 영향이 매우 크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동국대학교 소장 '봉수당진찬도'는 1970년대 재일교포가 동국대학교 박물관에 기증한 작품으로, 비록 낱폭이지만 작품성은 그 어떤 8폭 병풍이나 다른 낱폭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작품의 상태도 양호하고 화면구성이나 원근법 사용방식 등에 있어 18세기 말~19세기 초의 궁중기록화 양식을 잘 보여준다.
희경루방회도는 1546년(명종 1) 증광시 문․무과 합격 동기생 5명이 1567년(선조 즉위) 전라도 광주의 희경루에서 만나 방회를 가진 기념으로 제작한 기년작 계회도이다.
보물 지정 예고 대상인 동국대학교 소장 '희경루방회도'는, 1531년 시행된 신묘생진시의 합격 동기생들이 1542년에 만나 제작한 <연방동년일시조사계회도>와 함께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는 16세기 방회도 2점 중 하나이다.
인물을 묘사한 필치가 매우 생기 있고 활달하며 자신감이 넘친다. 또한 비슷한 자세의 인물을 같은 모양으로 판에 박은 듯 반복해서 그리는 형식적인 면이 적으며, 희경루 건물 묘사에서도 보이는 대로 그린 듯한 꾸밈없는 필치를 엿볼 수 있다.
경주 호우총 출토 청동 ‘광개토대왕’명 호우는 1946년에 은령총과 함께 발굴한 호우총(140호 고분, 노서동 213번지)에서 출토된 그릇으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415년(고구려 장수왕 3)에 제작된 광개토대왕의 호우 10개 중 현존하는 유일한 청동 유개합으로, 고구려가 아닌 신라 고분에서 출토되어 고구려와 신라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자료이다.
그릇의 몸체는 아가리가 안으로 약간 오므라든 형태이며, 연꽃 봉우리 모양의 동그란 꼭지가 달린 낮은 곡선형 뚜껑으로 덮여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옆으로 벌어진 납작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릇 표면에는 돌출된 띠무늬가 3줄씩 두 군데에 있고, 밑바닥에는 4행 4자씩 총 16자가 새겨져 있으며, 글자 위쪽 공간에는 ‘#’ 모양도 새겨져 있다. 뚜껑은 10장의 꽃잎 무늬로 장식된 꼭지를 중심으로 1줄의 양각선이 둘러져 있고, 그 아래로도 간격을 두면서 3줄씩의 양각선이 두 군데 둘러져 있다.
'경주 남산 삼화령 석조미륵여래삼존상'은 『삼국유사』에 조성내력이 기록되어 있는 신라 시대 불상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644년(선덕여왕 13)에 도중사의 생의 스님이 꿈속에서 어떤 스님이 자신을 꺼내어 안치해 달라는 말을 듣고, 경주 남산 북봉을 찾아가 삼존상을 발굴하여 삼화령에 봉안하였다고 한다. 이 불상은 신라 경덕왕 때의 승려 충담사가 중삼중구절에 차를 공양하였다는 ‘삼화령 미륵세존’으로 비정(比定)됨에 따라, 정확한 하한연대를 알 수 있는 고신라 불교조각의 기준자료이다.
이와 같이 삼화령 석조미륵여래삼존상은 고신라 불상으로서는 유일하게 조성유래와 조성시기, 조성 이후 충담사의 헌다공양등 불상에 담겨 있는 일련의 신앙행위를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신라 시대에 화랑을 미륵의 화신으로 여겨 많은 미륵상을 제작한 역사적 사실과 신라화된 미륵신앙의 핵심적 단면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등, 이 불상이 한국 불교조각사상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비중은 매우 크고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한 「봉수당진찬도」등 4건에 대하여, 30일간의 지정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