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모란당초무늬 나전경함이 15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처음 공개됐다. 고려의 국보급 유물이 80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우리 유물이 일본에 있는것을 보고 한 민간단체가 어렵게 사들인 후 나라에 기증한 것. 2010년 11월 일본 주니치(中日)신문 보도로 알려진 이 고려 나전경함은 일본 교토의 고미술상이 소장하고 있던 것을 민간단체인 국립박물관회가 나서 8개월 넘게 설득해 사들인 뒤 국가에 기증했다. 6~7년 전 일본 내 경매에서 구입했다는 나전경함 가격은 고려불화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대략 3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날 공개된 고려 나전칠기 경함은 부드럽게 다듬은 뚜껑 모서리, 선명한 모란 덩굴과 삼나무 잎 문양 등 고려 나전칠기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동물뼈와 옻을 섞어 칠하고, 2만 5천 조각이 넘는 자개를 다양한 기법으로 장식한 고려 공예 예술의 걸작이다. 외국에만 8점이 있는 걸로 알려져 있을 뿐, 국내에서는 그동안 한 점도 발견되지 않았던 국보급 유물이다. 고려 귀족들이 불교 경전 보관에 썼던 것으로 청자, 불화와 함께 빼어난 예술성과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고려 나전 경함은 몽골 침략과 대장경이 편찬된 13세기 경에 만들어져 상당량이 국외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800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나전경함은 유물등록과 보존처리 절차가 마무리되는 오는 11월 쯤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유물을 구입해 기증한 사단법인 박물관회(회장 김정태)는 회원 3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그중 젊은 회원 70여 명이 따로 모인 ‘박물관의 젊은 친구들(YFM)’은 유물 기증, 자선 경매, 학술 활동, 국제 교류 등으로 우리 문화재를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한편 고려 나전경함(經函)은 불교 경전을 담는 용도로 제작된 함이다. 1231년 몽고에 침략당한 고려에서는 나라의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대장경을 만들었고 이를 보관하는 경함이 대량으로 제작됐을 것으로 보인다. 나전(螺鈿)은 당나라 때 시작돼 고려 시대에 동아시아 최고 수준을 일궜다. 나전칠기는 나무로 기물을 만든 뒤 굵은 삼베를 바르고 그 위에 자개를 붙인 후 옻칠을 덧입혀 반반하게 만들었다. 고려 시대 것이 주름질이 정교하고 치밀하며 다양한 색채를 쓰고 금속선을 병행해 가장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유물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