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당시 종단개혁 법제위원장을 맡아 개혁작업을 주도했던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은 10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개혁불사 20주년' 세미나에서 "현재 종단의 재정시스템은 승가의 본질적 변화를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지금 같은 독립채산제 형태의 사찰 운영은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을 양산할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 승가 내 갈등이 증폭되고 새롭게 질서를 재편하려는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찰재정 투명화와 직영사찰, 특별분담금 사찰을 대폭 확대해 종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재정확충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승려복지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설정스님은 "지금의 승려복지 제도는 수행자로 살아가는 승려의 삶에 대해 근본적인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서 "우수한 승가를 만들려면 출가자가 되는 순간부터 화장터에 갈 때까지 의식주와 의료 문제를 완벽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자승스님은 세미나에 앞서 열린 개혁불사 기념식에서 축사를 통해 "종단 개혁은 20년 전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이 시작점이며 매일 새로운 변화의 틀을 만들어 가는 게 우리의 사명"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