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국내가 아직까지 어지러운 가운데 종교계에서도 세월호 이후의 우리 사회를 재조명하기 위해 모였다. 지난 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성당에서는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거듭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천도교 원로들이 주축이 된 토론회에서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모임’으로 다양한 자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의식의 외양간’ 개조를 강조하며 제도와 법, 매뉴얼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안전 불감증과 생명 경시, 돈에 대한 집착 등을 못 고치면 대형 사고는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세월호 참사로 ‘돈의 우상’이 사람을 죽인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생명을 위험에 노출시키면서까지 돈과 권력을 얻은 사람들은 인정받고, 정의롭고 올바른 사람들은 무시와 조롱을 받는 저급한 풍토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 부위원장과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원장,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장도 참석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며, 대응책 마련과 관련한 각계각층 인사들의 의견을 교환했다. 이와 함께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어려움이 예상되던 ‘남북공동 조국평화통일기원 기도회’도 오는 8월 14~16일 평양 봉수교회에서 열린다고 조국평화통일협의회에서 밝히면서 종교계의 움직임이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의 종교단체가 해 오는 폐해들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국내 개신교계의 대부분은 현재 담임목사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담임목사직 승계와 함께 원로목사, 후임목사로 편이 나뉘어져 교회 재산을 둘러싼 분쟁이 잦고 있다. 사랑의 교회, 강북제일교회 등 다수의 국내 교회들이 이러한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있어, 교회가 전해줘야 할 ‘사랑과 평화’는 어디에도 없고 ‘돈’만 두드러지는 실태에 대해 비종교인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불교계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도 싸늘하기만 하다. 고산문화재단이 종단개혁 20주년을 맞아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한국인의 종교인식과 불교의 인상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 재정투명성과 민주적 종단 운영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불교와 조계종단, 불교지도자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문한 이 조사에서 작은 절의 주지보다 불교지도자와 대형 사찰주지의 신뢰도가 더 낮아, 규모가 큰 종교집단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얼마나 큰 지 엿보게 한다. 종교 세계가 개혁을 추진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돈’으로 통칭되는 모든 것을 놓지 않는 폐해가 지속되는 한 국민들에게 종교계의 개혁은 허울 좋은 소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것이 아닌 영적으로 한 차원 높은 학문을 가르치는 ‘종교’라는 이름에 걸 맞는 종교인의 자세, 그리고 종교인 스스로가 추락시켜 놓은 종교의 부정적 이미지를 하루 속히 털어버리려는 진실한 실천들이 필요한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