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27일 발표한 결의문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진실과 책임 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이 같이 촉구한것.
중앙종회는 "진실을 잘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모든 대책과 개선의 출발점이지만 참사 두 달이 지나도록 무엇하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현실은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노력이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앙종회는 이와 함께 25일에는'호국 의승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호국 의승의 날’을 국가 기념일로 제정해 전란의 위기 때마다 구국제민이라는 숭고한 정신으로 희생한 수많은 승장과 의승들의 넋을 기려야 한다는 취지다.
-다음은 각 촉구 결의안 전문이다.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합니다.
온 국민을 절망에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 11명의 실종자들이 차가운 물속에 있습니다. 종교인으로서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스럽습니다. 그분들이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와 가족들의 까맣게 탄 마음이 하루라도 빨리 씻겨지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아울러 구조요원들의 헌신적 노력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자와 실종자 유가족들, 그리고 생존자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 상처가 씻어지려면 탐욕과 이윤에 현혹되어 생명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산, 우리 스스로부터 사회 전반의 구조적 모순들을 뼈아프게 성찰하고 고쳐나가야 합니다.
다행히 유가족들이 깊은 절망을 딛고, 조속한 수습과 진상규명을 위해 전국을 돌며 서명을 받는 등 헌신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적극적인 연대와 지지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 어린 생명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헛되지 않고 값지게 하려면, 진실과 책임의 규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진실을 잘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모든 대책과 개선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야 정치권과 정부의 노력은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참사 두 달이 지나도록 무엇 하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현실이 이를 잘 말해줍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이 무엇인지, 침몰을 전후하여 선원들과 선박회사의 행위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해경과 정부의 구조활동은 어떠하였는지, 국민들은 깊은 의혹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과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야말로 제 2, 제 3의 참사를 막기 위해 가장 절실한 일입니다.
이를 위해 특별법 제정이 시급합니다.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진상조사기구에 의한 엄정한 조사활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책임있는 관련기관 및 관련자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인적 쇄신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정부와 정치권에 강력히 촉구합니다. 세월호 유족들과 시민들이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적극 나서주십시오. 더 이상 국민을 좌절에 빠뜨리지 말고, 안전한 나라, 생명이 존중되는 나라에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십시오.
우리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대책위원회의 헌신적 노력을 적극 지지하며, 그분들과 함께 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종단 차원에서 진행되는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운동이 전국 사찰에서 활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함께 하겠습니다.
전국 사찰에서 유가족들이 위로받고 쉴 수 있도록 종단차원의 배려를 아끼지 않겠습니다. 무엇보다 오늘의 이 아픔과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나라가 인간의 존엄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사회, 생명을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로 전화될 수 있도록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종교인의 한사람으로서 간절히 기도하고 행동하겠습니다.
불기 2558(2014)년 6월 25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호국 의승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을 촉구합니다.
불교는 삼국시대에 전래된 이후 토착신앙과 조화를 이루며 겨레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찬란한 민족문화를 꽃피우는 데 주역이 되어왔습니다. 또한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나라에 큰 시련이 닥쳤을 때마다 생명존중사상과 동체대비심(同體大悲心)으로 국난극복에 앞장서 국가공동체 수호에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선조는 서산대사께 ‘팔도십육종도총섭(八道十六宗都摠攝)’직을 수여하고 나라와 백성을 구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에 서산대사께서는 계를 파하는(越戒)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오직 국가와 백성을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전국 사문에 격문을 보내어 사명대사, 처영대사, 영규대사 등 제자들과 함께 5천여 명의 의승군을 소집하였습니다.
서산대사는 73세의 노구를 이끌고 평양성전투에 참여하여 왜적을 퇴각시켰고, 처영대사는 권율과 함께 행주산성 전투에서 승리하였고, 사명대사는 노원평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한성 수복에 큰 역할을 하였으며, 800여 명의 전라좌수영 의승수군은 흥국사를 중심으로 전투에 참가하여 수군이 승리를 거두는 데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이렇게 의승군은 조선의 군세를 회복하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임진왜란 이후 조정은 스님들을 다시 평가하고 나라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여 남한산성과 북한산성 등 산성의 축성과 수비를 승군에게 맡겼습니다.
또 왕조실록을 분산 보존하던 사고지를 모두 사찰 경내에 조성하였고, 이를 수호하는 사찰을 지정하고 승장과 승군에게 운영하게 하였습니다. 일제강점기에도 스님들은 3.1운동, 임시정부 수립 등에 참여하였고, 국내 독립운동 활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전란이라는 국가의 위기상황에서뿐 아니라 전란을 겪은 뒤에도 중대한 임무를 맡아 수행했던 승장과 의승군에 대한, 즉 구국제민(救國濟民)이라는 숭고한 정신과 고귀한 희생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아직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 가지 예만 들자면, 임진왜란 당시 금산전투에서 의병장 조헌이 이끈 7백 의병과 영규대사가 이끈 의승군이 연합하여 1만 5천 명의 왜군과 격전을 벌인 끝에 7백 의병과 2백 의승군이 전몰했습니다. 그러나 승군은 신분이 승려라는 이유로 700의총(七百義塚)에도 들어가지 못하여 무명용사의 상징으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세계역사상 민족과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순간에 국민의 안위와 평화를 위해 종교집단이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참여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국가의 위기를 맞아 종교적 가치와 대의적 신념 간의 갈등을 무릅쓰고 민족공동체를 수호한 수많은 승장과 의승군의 헌신은 세계역사와 종교사에서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전에 우리가 먼저 ‘호국 의승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여 한국 역사에서 면면히 이어진 의승군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받고, 그분들의 정신을 기려야 합니다. 물론 국가기념일 제정 사업의 주체는 한국 불교계 전체이며,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우리 대한불교조계종이 그 중심에 서야 합니다.
그러나 수많은 승장과 의승들이 동체대비 호국애민의 숭고한 정신을 발한 이유는 단지 불교를 수호하고, 불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한 국가와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따라서 불교계는 물론 중앙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학계, 시민단체, 문화예술단체 등을 망라한 범국가적인 ‘호국 의승의 날 제정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전 국민의 관심과 지지 속에서 국가기념일 제정 사업을 추진해나가야 합니다. 이에 2014년 6월 25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종무회의에서는 ‘호국 의승의 날’ 제정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간 수많은 승장과 의승군의 희생을 올바로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하여 ‘호국 의승의 날’제정 사업을 종단의 중점사업으로 선정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결의합니다. 아울러 현 정부는 ‘호국 의승의 날’이 하루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노력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불기 2558(2014)년 6월 25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