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주 흥국사에서 사라졌던 '탱화'를 둘러싼 진실게임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탱화논란이 불거진 후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 왔던 동국대 이사장 일면스님이 지난 10일(목요일) 불교중앙박물관 시청각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탱화는 분실된 것이라며 다시 한번 주장한 것.
이날 일면 스님은 2005년 5월 9일 자신이 작성한 진술서의 내용과 동일하게 주지 재임시절 도굴꾼에게 도난당한 것이라면서 2004년 탱화가 회수되기 전 탱화를 소지하고 있던 비구니 스님의 진술서를 공개하였다.
일면 스님은 계속해서 현 불교중앙박물관 보관 탱화가 진품이라는 전문가의 소견을 밝혔다. 이 같은 일면스님의 주장에 대해 교계 일부 언론들은 그동안의 의혹이 해소됐다면서 일면스님을 적극 옹호했다.
하지만 일면스님의 적극적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라진 탱화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불식될 것 같지는 않다. 참여불교재가연대등 8개단체가 가입되어 있는 ‘흥국사 도난 탱화반환대책위원회’(이하 탱화대책위)는 15일 오전 11시,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일면이사장 기자회견을 반박하고, 자료를 공개하면서 관련자들에게 공개질의했다.
일면이사장의 기자회견을 반박, 관련자들에게 공개질의
탱화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흥국사 탱화가 도난 당하였다는 주장에는 이의를 달지 아니한다.”면서, “다만, 문화재가 제자리를 찾는 것과 더불어 문화재가 본처에서 사라진 과정 즉 도난 과정을 명백히 밝히는 것이 문화재 유실의 재발을 방지하고 손상을 막는 것이고, 특히 이 사건과 관련하여는 교육기관의 수장이자 성직자의 도덕적 위상을 제고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도 명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며 활동하여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애초 이 사건을 제기한 2012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여받을 정도로 사회적 지명도를 갖고 있는 혜문 전 승려의 일면 당시 흥국사 주지가 비구니스님에게 탱화를 임의로 선물하였다는 주장이 제반 정황상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였고, 오랫동안 탱화가 흥국사로 반환되지 아니하였으며, 1년 가까이 일면 이사장은 이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이 없었으므로, 탱화의 손상없이 흥국사로 즉각적으로 반환될 것과 일면 이사장은 탱화 도난사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하였다.”면서 배경 설명을 이어갔다.
탱화대책위는 계속해서 일면 이사장에게 보내는 공개질의를 통해 ▲ 일면이사장은 탱화를 분실했다고 하였다고 주장하는 바, 2004. 5. 8. 작성한 본인의 진술서에 비추어 그 분실을 의미를 정확히 밝혀라-최소한 탱화를 갖고 다니다 잃어버렸다는 주장은 아닐것이다.
▲ 일면이사장이 금번 공개한 탱화에서 2004년 존재하였던 탱화 시주자를 위한 축원문이 기재된 복주머니는 어디에 있고, 금번 공개한 탱화에서 복주머니가 사라진 이유가 무엇인가. ▲ 2004. 탱화를 소지하고 있던 비구니스님은 일면이사장과 몇차례 같이 밥을 먹고 몇 차례 자신의 거소를 방문했다고 하는데, 흥국사 탱화라는 것을 알고 있던 비구니스님은 흥국사 전주지 일면이사장에게 그 탱화에 대해서 물어 본 사실이 있는 가. 만일 위 비구니스님이 물어 본 사실조차 없다면, 탱화도난에 개입하였을 혐의가 큰 비구니 스님에 대하여 탱화 관리책임자로써 사법당국이나 조계종에 고발조치한 사실이 있는 가.
▲ 2004. 6. 9. 연흠스님의 일면이사장에 대한 호법부 진정 이후 2005. 1. 28. 호법부 징계회부유예조치 사이에 호법부로부터 어떠한 조사를 받았는 가. 만일 조사를 받았다면 그 조사 내용을 공개하라.
▲연흠스님이 사자탱화 이외에 진정한, 시왕탱화 4점, 흥국사 십장생 병풍도, 미타경 판목, 불암사 십장생화 7폭의 행방과 만일 이러한 문화재가 사라졌다면 본인의 관리의무 이행에 관하여 밝혀라. 등을 각각 질의했다.
탱화대책위는 임석규 불교문화재연구소 연구실장에게도 공개질의했다. 탱화대책위는 ▲ 2011. 미등록문화재 일제조사당시 복주머니가 존재하였나. 복주머니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데도 진품과 동일한 탱화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봉선사에서 회수할 때 시주자명단이 새겨진 복주머니가 있었음이 분명한 데, 도굴꾼이 탱화배첩 뿐만 아니라 시주자 명단까지 같이 파는 경우도 존재하나. ▲ 황학동 고물시장에서 문화재 급의 탱화가 거래되고 있는 가, 이러한 가치의 탱화를 40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는 가. 라고 각각 공개질의했다.
탱화대책위는 대한불교조계종 호법부에 대해서도 ▲ 조계종 호법부는 2004. 6. 9. 일면스님에 대한 호법부 진정 이후에 일면 이사장 및 비구니스님에 대한 조사경과를 밝혀라. ▲ 만일 일면 이사장과 비구니스님을 조사하였다면 그 조사자료를 공개하라. 질의했다.
탱화대책위는 이 같이 공개질의한 후 결의사항을 통해 ▲ 일면이사장과 불교중앙박물관이 탱화 시주자 축원문의 존재 여부와 그 축원문이 금번 공개에서 사라지게 된 연유를 즉시 밝히지 아니하면 우리는 흥국사 탱화가 불교중앙박물관에 오기까지의 보관책임자와 금번 공개를 행한 일면이사장을 문화재 손상 혐의로 즉각 고발조치한다.
▲ 일면 이사장은 본 탱화대책위원회가 밝힌 비구니 스님과의 관계, 호법부 진정 내용의 결말, 축원문의 부존재 등 증폭된 의혹을 즉각 해명하고, 최소한 문화재관리책임의 부실과 오랫동안 종단과 종립대학교를 혼란에 빠뜨린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
▲ 조계종 총무원은 일면 이사장의 탱화 처분 의혹과 관련한 제반 자료와 조사 내용을 즉각 공개하고, 일면이사장의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행하라. 등의 결의사항을 밝혔다.
한편 탱화대책위는 지난 7월 24일 봉선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족했다. 동국대학교총학생회, 동국대학교일반대학원총학생회, 동국대학교교수협의회, 대한불교삼보회, 바른불교재가모임, 불력회, 정의평화불교연대,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 등 8개 단체로 구성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