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열릴 예정인 제2차 민중총궐기 투쟁 대회가 평화적인 시위로 마무리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종교인들이 평화적인 시위를 위해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 앞에 ‘평화지대-평화의 꽃길’을 만든다.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스님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생명평화의 법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종교인 평화연대에서는 12월 5일(토) 오후 2시 30분에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이웃종교인들과 함께 ‘과격진압-과격시위’의 악순환을 끊고 12월 5일 예정된 ‘민중대회’가 평화롭게 진행 될 수 있도록 ‘평화의 꽃길 기도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평화의 꽃길 기도회는 종교인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평화의 꽃길 퍼포먼스 순서에서는 대오를 갖춰 광화문쪽에 설치될 것으로 예상되는 차벽이나 경비병력 쪽으로 이동 한 후 그 앞에 꽃을 일렬로 위치시켜, ‘이 꽃길을 넘지 마시오’라는 느낌의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이어 오후 4시 30분 경에는 시위대와 차벽사이(상황에 따른 조정, 연등을 들고 행진)를 걷는 평화의 행진을 행한다. 평화의 꽃길 기도회 마지막 순서는 오후 5시경 백남기 농민이 입원해 있는 서울대학병원에서 쾌유를 기원하는 마무리 기도 및 회향의식을 갖는다.
한편 이날 열리는 평화의 꽃길 기도회는 (가)종교인평화연대(개신교,성공회,천도교,원불교,불교 소속 단체)가 주최하고 NCCK인권센터, 개벽하는사람들,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 대한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광주전남불교NGO연대, 대한불교청년회,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불교환경연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사)에코붓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전북불교네트워크, (사)좋은벗,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붓다로살자, 생명평화결사, 원불교 사회개벽교무단, 원불교 인권위원회, 원불교 환경연대, 천도교청년회, 천도교한울연대, 현장.넷(현장에서 함께 하는 젊은 개신교 & 성공회 신자 및 목회자들) 등(가나다 순)등이 함께 한다.
다음은 오늘 발표예정인 호소문 전문이다.
‘위헌적 차벽 설치 반대와 안전한 집회 및 행진 보장’을 위한 종교인 호소문
우리가 먼저 평화의 도구가 되겠습니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의지해 함께 살도록 되어있는 존재들입니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차이를 앞세운 배제와 다툼, 분열과 갈등의 논리는 이제 지양되어야 합니다. 다름을 이해하고 소통해 서로를 존중할 때 우리 사회에 다시금 평화가 찾아올 것입니다. 자비는 베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한가운데에서 함께 하는 것입니다. 자비심으로 평화의 씨앗을 심는 오늘 우리의 호소와 작은 몸짓이 사회갈등을 녹여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나. 위헌적 차벽 설치를 중단하십시오. 가능성만으로 차벽이 설치되어서는 안 됩니다. 실질적 위협이 없는데도 미리 차벽을 설치하는 것은 정당한 집회의 자유를 크게 침해합니다. 집회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차벽을 설치하는 순간, 사람들은 고립되고 목소리는 전달할 수 없게 됩니다. 단절의 자리에서 폭력이, 소통의 자리에서 평화가 피어납니다.
하나. 헌법이 보장하는 안전한 집회 및 행진의 자유를 보장하십시오. 집회 및 결사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주요한 시민의 권리입니다. 민주공화국의 정부는 주권자인 시민의 목소리를 언제나 귀담아 듣고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그럼에도 신고제인 집회가 사실상 허가제처럼 운용되는 지금의 모습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법원이 받아들인 옥외집회 금지통고 집행정지 결정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십시오.
하나. 집회참가자는 과도한 폭력을 피하고 경찰은 폭력진압을 중단하십시오.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은 차벽과 폭력 진압으로 참가자들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그로 인해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저항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폭력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다시 한 번 호소합니다. 정부는 시민의 보호자이지 조정자가 아닙니다. 폭력 상황이 유도되지 않도록 인권에 바탕 한 법집행을 하십시오.
하나. 정부는 백남기씨에 대한 폭력진압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십시오. 생명은 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할 소중한 가치입니다. 그럼에도 경찰의 물대포로 인해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씨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는 정부당국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이제라도 정부는 피해자와 가족에게 진심어린 참회와 용서를 구하십시오. 더불어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십시오. 또한 우리는 이 자리를 빌어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도합니다.
2015년 12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