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쟁’은 불교내 다양한 종파의 견해를 하나로 회통한 원효 대사의 저서 <십문화쟁론(十門和諍論)>에서 유래한다. 당시에는 불교가 주류사상이던 때이므로 화쟁은 분열되어 있던 사회사상 전체를 하나로 꿰어 통섭하였던 시도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신라 사회 역시 지배와 피지배, 전쟁과 평화, 신분과 차별 등 여러 모순되어 보이는 것들 간의 각축으로 사회적 고통이 컸던 때 였다.
원효 대사는 그 한복판에 자신의 삶을 던져 분열과 대립으로 얼룩진 사회 이슈의 원융회통을 시도하였다. 이 같은 원효 대사의 삶은 모든 이원론을 뛰어넘을 수 있는 화쟁의 정신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도 ‘화쟁’이 절실한 이유 역시 종교적인데 있다기 보다는 사회적 필요성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극심한 갈등과 다툼으로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가 화쟁을 소개하는 작은 책자를 발간했다. '화쟁, 인류의 미래를 여는 아름다운 몸짓'은 화쟁사상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한 최초의 실험이다.
책자는 총 5장으로 나누어 화쟁을 살펴본다. 먼저 1장 ‘화쟁이란 무엇인가?’에서는 화쟁이 무엇인지를 살폈다. 2장 화쟁의 선각자들, 그들의 위대한 실험에서는 간디, 마틴루터 킹, 만델라의 삶을 화쟁적 입장에서 조명했다. 특히 20세기 화쟁의 선각자들의 삶에서 화쟁이 불교에 국한되지 않고, 진정한 평화를 일구었던 모든 이들의 삶의 방식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3장 한국사회에서 화쟁의 실험에서는 화쟁위원회가 출범한 후 결합하였던 사회갈등,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강정마을 등의 사례에 결합하였던 경험을 소개한다.
4장 화쟁,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는 화쟁을 실천하는 방식은 이치에 맞게, 정서에 거스르지 않게, 이 두 가지라면서, 일종의 화쟁을 현실에서 구현할 방법론이라고 해도 좋을 이 두 가지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5장 불교와 화쟁에서는 '화쟁의 원형은 붓다의 삶'이라면서, 붓다의 발걸음은 늘 저자거리로 전쟁터로 향했고, 그 살벌한 현장에서 붓다는 진정한 평화와 대안을 모색했다. 이어 그 편린을 살펴보면서 한국불교가 나아갈 길을 생각해 보고 있다. 화쟁위원회는 "지난 5년여간 여러 갈등 현장에서 화쟁의 방식을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 왔다."고 자평하면서 "단순한 조정과 화해를 넘어 갈등의 당사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근원적 가치의 정립이 필요하고, 그것이 가능함을 부분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화쟁위원회는 이어 "화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었지만, 안타깝게도 화쟁을 소개하는 서적이나 연구물들이 거의 없었다."면서,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화쟁을 소개하고자 이 소책자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